한국 ETF 시장, 500조 원 시대의 문턱
올해 국내 상장지수펀드 시장은 사상 처음 순자산 500조 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기준 상장 종목 수는 1,100개를 훌쩍 넘었고, 시장이 크게 출렁였던 여름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ETF를 9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 코스피 낙폭보다 ETF 순자산 감소 폭이 작았던 점은 분산투자 효과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시장이 커진 만큼 고민도 많아졌다. "어떤 ETF가 가장 많이 오르나요"라는 질문이 가장 흔하지만, KB자산운용의 한 ETF 담당 임원은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상승률이 가장 높은 상품을 찾기보다, 5년 뒤 10년 뒤 내 자산이 어느 정도 규모가 되길 원하는지 먼저 설계하라는 것이다. 목표가 정해지면 그에 맞는 ETF 조합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ETF 투자, 네 단계로 시작하기
ETF 투자 방법을 묻는 초보자에게 가장 좋은 답은 일단 계좌부터 여는 것이다. ETF는 주식처럼 증권사 앱(MTS)에서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1단계, 증권사 계좌 개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 앱에서 신분증과 본인 명의 은행 계좌만 있으면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영업점에 갈 필요 없이 앱 안에서 모든 절차가 끝나며, 금융감독원 교육 자료에는 10분이면 충분하다고 나온다. 투자자교육협의회가 운영하는 영상도 있으니 처음이라면 참고할 만하다.
2단계, 투자금 입금. 개설한 계좌에 투자할 금액을 넣는다. 여유 자금의 범위 안에서 시작하는 것이 기본이다. 주식 거래가 가능한 계좌는 보통 계좌번호 끝자리가 01로 끝난다.
3단계, 상품 검색. 앱의 ETF 검색창에 원하는 상품 이름을 입력한다. KODEX, TIGER, RISE, ACE, SOL 등 운용사별 브랜드가 다르니,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도 여러 개라는 점을 기억하자. 각 상품의 보유 종목, 운용보수, 과거 수익률은 앱 안에서 확인할 수 있고 운용사 홈페이지에서도 자세히 볼 수 있다.
4단계, 매수. 매수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처음에는 한 종목에 몰아넣기보다 대표 지수 ETF부터 소액으로 시작하는 편이 안전하다.
어떤 ETF를 골라야 할까
시중에 나온 상품이 많아 선택이 어렵다면, 추종 지수와 운용보수 두 가지만 먼저 보면 된다. 초보자에게 많이 추천되는 상품을 유형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유형 | 대표 상품 | 운용보수 | 특징 | 장점 | 유의점 |
|---|
| 국내 대형주 | KODEX 200 | 0.15% | 코스피 200 대표 종목 | 한국 시장 전체에 분산 | 시장 흐름을 그대로 따라감 |
| 미국 대표지수 | TIGER 미국S&P500 | 0.07% | 미국 상위 500개 기업 | 장기 수익률 우수 | 환율 변동 영향 |
| 미국 기술주 | KODEX 미국나스닥100 | 0.09% | 빅테크 중심 | AI 성장 수혜 기대 | 변동성 큼 |
| 미국 배당 |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 0.01% | 고배당 우량주 | 월 배당 수령 가능 | 배당만 보고 고르면 위험 |
| 국내 배당 | KODEX 고배당 | 0.15% | 코스피 고배당 50 | 안정적 현금 흐름 | 배당률 변동 |
| 단기 채권 | KODEX 단기채권 | 0.05% | 국채·통안채 | 예금 대안 | 기대 수익 제한적 |
운용보수는 장기 보유일수록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업계에서 운용보수가 0.01%에서 0.5% 수준까지 다양한 만큼,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끼리 비교해 보수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국내 ETF와 미국 ETF, 세금부터 따져보자
해외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에 상장된 미국 ETF와 미국 시장에 직접 상장된 ETF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세금 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 ETF의 매매 차익은 비과세다. 배당소득에만 15.4%가 부과되고, 매도할 때 증권거래세 0.20%가 붙는다. 반면 미국 주식과 미국 ETF를 직접 매매하면 양도소득세 22%가 부과되며 연 250만 원까지는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다. 환전 수수료와 달러-원 환율 변동도 수익률에 그대로 반영된다.
한국에 상장된 미국 지수 ETF를 이용하면 매매 차익 비과세 혜택을 누리면서 미국 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 환헤지형(H)과 환노출형(UH) 중에서 고르게 되는데, 환헤지형은 환율 변동의 영향을 없애는 대신 연 0.5~1.5% 수준의 헤지 비용이 발생한다. 달러 약세가 예상된다면 환노출형이, 환율 걱정 없이 지수 흐름만 따라가고 싶다면 환헤지형이 적합하다.
ISA나 연금저축, IRP 같은 절세 계좌에서는 국내 상장 ETF만 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자. 미국 ETF를 직접 매수하는 것은 이들 계좌에서 불가능하다.
실전에서 쓰는 두 가지 습관
ETF 투자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한두 개 인기 상품에 몰아넣는 것이다. 2차전지, AI 반도체처럼 특정 테마가 뜨면 그쪽으로 쏠리기 쉽지만, 시장은 언제 어느 업종이 흔들릴지 모른다. 대표 지수 ETF를 중심으로 자산배분을 하고, 그 위에 소액으로 테마 상품을 얹는 방식이 권장된다.
두 번째는 적립식 투자다. 매달 일정 금액으로 ETF를 꾸준히 사들이면 평균 매입 단가가 분산된다. 시점을 고르는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시장이 급락했을 때 오히려 추가 매수를 고민해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ETF라고 해서 원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추종 지수가 하락하면 ETF 가격도 함께 내려간다. 투자 전에 상품 설명서에서 추적 오차와 환헤지 여부, 보수 구조를 꼭 확인하길 바란다. 1년 이내에 쓸 돈을 ETF에 넣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고, 최소 3년 이상의 시계를 갖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주에 증권사 앱을 열어 계좌 개설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 시장의 큰 흐름을 따라가는 ETF는 긴 호흡의 투자자에게 가장 튼튼한 출발점이 되어준다.